십각관의 살인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와, 정말 오랜만에 책 한권을 읽었다. 최근에는 책을 잡아도 늘 앞부분만 좀 읽고 포기, 포기.
이 책도 앞에 조금 읽었다가 어제 갑자기 확 다 읽어버렸다. 그 덕에 오늘은 컨디션 난조에 빠졌고....
별 세개 정도 주고 싶다. 재미면에서는 두개반 정도인데, 그 한가지 핵심 아이디어가 참신해서 반개를 더 준다. 바로 미스테리연구회 회원들의 '별명'이다. 앨러리, 도일, 반, 카, 포, 르루, 아가사, 오르치(올치), 모리스 등 별명으로 쓰인 추리작가들의 이름. 이 이름 덕에 마지막 장들에서 살인사건의 진상이 밝혀질 때 나처럼 두번세번 그 부분들을 다시 읽어본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책 뒤표지에 써있듯이 '그 한줄'에서 먼저 놀라겠지만.
일주일 간의, 십각관이 있는 무인도로 여행을 떠난 미스테리 연구회 회원들이 하나 둘씩 죽임을 당한다.
그 무인도는 바로 전 해에 십각관의 전 주인을 포함, 네명의 사망, 한명의 실종 사건이 일어나기도 한 곳이기도 해, 회원들은 서로를 범인으로 의심하기도 하고 어쩌면 그 전 살인사건의 범인이 살아남아 자신들을 죽이고 있다고 생각하며 친구들이 죽어갈 때마다 하루하루 공포에 짓눌려간다.
한편, 육지에서는 같은 미스테리 연구회 회원이지만 여행을 함께 가지 않은 친구들에게 이상한 편지가 배달돼온다. "네 놈들이 죽인 치오리는 나의 딸이었다'" 라는 한줄이 워드프로세서로 적힌 발송인이 '나카무라 세이지'로 된 괴편지. 치오리는 역시 같은 미스테리 연구회의 회원이었지만 작년에 동아리 회식에서 급성알콜중독으로 불행하게 죽고 만 여학생이다.
편지를 받은 가와미나미는 역시 여행을 가지 않은 회원 모리스와 십각관의 전주인인 죽은 나카무라 세이지의 동생 나카무라 코지로의 친구인 시마다 등과 함께 나카무라 세이지-청옥부(십각관의 본관 격) 전소全燒사건과 미스테리 연구회에 편지를 보낸 사람이 누구인가에 대해 알아보게 된다. 죽은 치오리는 십각관 주인이었던 세이지의 딸이었고, 이들은 아직 확실한 범인이 밝혀지지 않았던 세이지 사건과 친구들의 여행의 연관성에 대해 꺼림칙함을 느끼게 된다.
가장 먼저 의심했던 사람이 범인이었다.(이 부분을 적기 때문에 스포일러가 있다고 적었음)
그리고, 그 의심을 깨기 위해 작가는 여러가지 트릭을 쓴다. 그 사람은 자연스러운 알리바이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하고, 절대 범인이 될수 없겠다고 생각하게 만든 다음, 새로운 의심스러운 인물로 불타버린 청옥부의 주인이었던 나카무라 세이지를 부각시키면서 사실 죽지 않고 살아서 딸의 복수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한다. 그러다가 결국 또 다른 진실이 밝혀지며 혹시.. 하며 또다른 사람을 십각관에 몰래 와서 학생들을 죽이고 가는 사람으로 의심하게 하는데.. 이 과정에서 사실 여러가지 허술한 점들이 있긴 하다. 트릭을 넣으려다 자연스럽지 못한 부분들이 생기게 된 것이다. 물론 학생들이 죽을 때도 그런 억지스러움이 있긴 하다. 하지만, 여타 다른 소설들보다 심한 정도의 억지는 아니다. 오히려 너무 평이하게 그런 것들의 이유도 설명해 놔서, 역시 데뷔작이라는 풋풋함도 느껴진다.
살인의 동기가 사건 자체보다 약한 느낌이 들어 뒷맛이 안 좋은 편이다.
그런 이유로 사람을 죽일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그들만의 이유로 그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이긴 하지만.
소설이니까~ 라며 이해해본다.
내 개인적인 기준으로는 전혀 이해도 안되고 그 한가지 결정적인 트릭을 이용한 소설을 만들기 위해 조금 덜 비중을 두고 만들어진 범죄 동기라는 생각이 들어 꺼림칙하게 다가오는 건 사실이고, 특히 일본추리소설은 너무 담백한 서술이 오히려 더 기분을 이상하게 만들어서 잘 읽었다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그래도 확실히 집중력이 떨어진 요즘의 내가 몰입해서 본 정도의 흡입력은 있는 책이다.
또 한가지, 십각관이라는 공간이 내용상 큰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게 좀 의아했다. 그냥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정도의 역할뿐이었다.
그래도 자잘하게 재미를 주는 책이었고, 추리소설 마니아라면 한번쯤 이런 책도 있구나 하고 읽어봐도 좋을듯하다.
다음에는 정통 추리 소설을 좀 읽어보려고 한다. 그 동안 별로 읽지 않던 장르인데 올 여름에는 좀 읽고 싶다.
# by | 2009/06/30 19:26 | Book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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