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땡큐

큰방에서 얼쩡얼쩡 하고 있다가 화장대 거울 앞에 서서 보니 반바지 아래로 내 다리가 너무나.. 참.. 만든듯이 튼튼해 보여서,
"엄마.. 내 다리 봐봐."
"왜?" -엄마도 서서 옆에서 옷걸이 정리하고 있다가-
"운동선수 다리 같지 않나?"(운동선수분들 혹시 이 글 보신다면 혹시나 맘 상하지 마세요~ 저 그렇게 다리 많이는 안 굵어요. 그냥 뭔가 근육이 잡힌 다리라.. 그래도 아직은 여자다리예요..ㅋㅋㅋ)
"아이다~ 괜찮다~"-살짝 웃으면서-
"아 진짜~ 살 쪄서 클났다. 운동 좀 해야되는데.(일주일에 한번은 입밖에 내는 말;;)
"그래.. 해라. 헬스 끊어서 아침에 일찍 가서 해라."
"아.. 돈 아까워서. 엄마도 해라.."
"나는 할 필요 없다."-시선 돌림-
"왜? 엄마 ㅂ살 빼야지~ 엄마 허리 계속 더 아프디~"
...........
이렇게 대화 종료.
ㅋㅋㅋㅋㅋㅋ
서로 운동 가기는 디게 귀찮은거다.


아무튼 그러고 나서 혼자 가만히 생각해보니 울 엄마는 내 외모에 대해서 한번도 지적한 적이 없고-피부는 한번씩 어떻게 하라고 하지만, 뭐 나고 하면 뭐냐고 하고- 내가 가끔 어디어디가 이상하다고 얘기하면 늘 안 그렇다 이쁘다 늘 그랬던 거 같다.
한번도 우리 딸 어디어디 살 쪘으니까 좀 빼라 이런 적도 없는 것 같다.
새벽에도 군것질 잘하지, 밤에도 괜히 저녁 안 먹었다는 핑계 대면서-사실 먹었을 때도 많음- 12시쯤 괜시리 밥맛 당겨서 차려먹어도 아무 말 안하고..
외모에 대해서는 진짜 얘기 안한 거 같다.
옷입는 스타일이나 머리스타일 이런 건 그건 좀 아니라고 할 때도 있긴 하지만 타고난 외모에 대해서 별 말 안하신다는 게 난 너무 좋은 엄마를 둔 듯... 아빠도 그렇고.
가끔, 엄마 아빠가 이쁘게 낳아줬는데 내가 관리를 잘못해서 많이 망가졌다는 생각을 하는데... 내 자식이 늙어가는 모습을 보는 기분은 어떨까.. 좀 마음이 아프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아.. 좀 글답게 쓰려고 하니 더 말이 잘 안 되어나오는 이 기분.
답답해라..ㅋㅋ

암튼, 엄마 고마워.
엄마덕에 난 좀 맘 편한 대한민국 여자로 자랄 수 있었다.
근데, 남자들한테 인기는 없는 게 문제지만..ㅋㅋㅋ

by Hyeon | 2009/06/24 00:40 | Life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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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클레안 at 2009/06/24 07:35
집에 있을 때는 잘 몰랐는데 타지에 나와있으니 부모님 생각이 더 나네요 ;ㅁ;
Commented by Hyeon at 2009/06/25 09:38
클레안님.. 정말 오랜만이네요!! 갑자기 블로그 닫으셔서 놀랐는데.. 잘 지내시는지... ^^
Commented by 티티카카 at 2009/07/04 13:43
엄마가 현님 사랑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데요 ^^ 너무 보기 좋아요...
Commented by Hyeon at 2009/07/08 20:15
저희 엄마가 정말 외모로는 아무 말 안해요...ㅋㅋㅋㅋ 이런 거에 대해 잘 몰랐는데 커서 보니까 엄마가 딸들 외모에도 신경 많이들 쓰시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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