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84 2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좀 전에 이 책을 다 읽었다. 그저께 밤부터 1권을 읽기 시작해서 오늘 오전까지 2권을 읽어냈으니 꽤 많은 에너지를 쏟아 부었는데..
마지막 장을 덮고 도대체 이게 뭐지 싶어서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 싶어 검색을 두드려 봤지만 역시 뭐 별반 나랑 다를 게 없다.
다만, 3권을 쓰고 있다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그 블로거에 따르면 내년 가을쯤엔 우리나라에서 번역된 책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예상하고 있다고.. 그렇게 빨리 쓸 수 있다니.. 좀 의아하지만...
일단 이 소설은 미스테리가 있었기 때문에 손에서 놓지 못하고 계속해서 끝까지 읽어나가게 되는데 그 요소 자체에 대해 결국 2권으로 끝내 버렸다면 아예 무시를 한 셈이 된다. 여러가지 점에서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지 않고 끝나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왜 아오마메가 마지막 그녀의 챕터에서 그런 선택을 해야만 하는지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 글은 1인칭 시점인데 아오마메의 생각이 그대로 나타났던 점을 보면, 그게 그녀의 어떤 실험같은 거라고 하기도 힘든데... 갑자기 왜 그런 쪽으로 전개가 되는지. 기껏 그렇게 오랫동안 좋아했던 사람을 현실에서 보게 됐던 그 시점에 그런 선택을 하게 되는게 가능할까? 하긴 그녀가 사는 방식 자체가 나로써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 방식이긴 하지만... 너무 특이한 캐릭터다.
그리고 후카에리의 역할은 그 정도로 끝나는 것?? 그것도 이상하다. 뭔가 설명이 있어줘야지..
책 속에 몇번이나 나왔듯이 '설명을 들어야만 알 수 있는 것이라면, 설명을 듣는다고 알 수 있을 리 없다.' 이거?
뭔가 거창하게 퍼시버니 리시버니 마더니 도터니 하더니..
공기 번데기, 리틀 피플.. 모든 그 새로운 개념들이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두개의 달로 상징되는 또다른 세상의 이야기인 것까지는 알겠는데.. 너무 여러 이야기가 뒤죽박죽인데 마무리가 이상하다.
내가 생각하기엔 이 이야기의 완성도를 위해선 어쨌든 후속권이 필요하긴 한데, 또 어떻게 생각해보면 3권이든, 4권이든 나온다고 해도 어쩌면 만족할만한 결말을 얻을 수는 없을 것 같다. 물론 하루키의 작품을 모두 읽은 건 아니지만, 네다섯 작품 정도 읽었고, 그의 소설은 항상 뭔가 이런 것 같다. 결국 나랑 맞지 않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계속 관심이 가고 어느 정도 인정할 수 없는 것은.. 그의 글이 진짜 독특하기 때문임은 사실이다. 다른 소설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그런 느낌이 분명 있긴 있다.
보통 소설은, 어떤 새로운 국면의 세계를 알맞은 지점에서부터 또 알맞은 지점까지 이야기를 만들어 보여주는 식인데..
그의 소설은 그냥... 그의 머리 속에 있는 여러가지 잘 섞이지 않을 거 같은 관념들을 그럴 듯하게 인물이나 사건 등으로 만들어서 연결이 힘들 것 같은 이야기들을 그래도 술술 어떻게든 엮어내는 것 같고, 그 소설 안에서는 너무나도 정확도를 자랑하며 섬세하게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지만, 결국 머리 속에 뭔가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로 남는 게 없다. 그래서 항상 허무함이나 쓸쓸함 뭐 이런 느낌을 주는 걸까..
말로 설명하기가 너무 어렵지만, 이 사람의 글은 상당히 깊고 치밀한데, 거기서 눈을 떼서 환기를 시키고 나면 결국 내가 뭘 읽은 거지 싶은..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건지 답이 나오지 않는 그런 글이다. 내가 책을 읽는 데에서 추구하는 바가 너무나도 충족이 되기 힘든 스타일.. 그래도 또 뭔가 새로 나오면 호기심이 생기는 건 정말 글을 잘 쓰기 때문이다. 책을 잘 쓴다기보다는, 정말 글을 잘 쓴다.
그러니까 어떤 한 문장도 그답지 않은 문장이 없다고 해야하나.. 평범하게 묘사하는 배경 하나하나조차도, 쉽게 지나칠 수 없는 그만의 치열함이 살아있다. 그리고, 이번에 글을 쓰는 남자주인공 겐고를 통해서 언뜻 보이듯이.. 정말이지 글쓰는 걸 사랑하는 것 같다. 거의 모든 소설가가 그렇겠지만.. 대단한 일이다. 글을 만들어내는 게 그렇게 즐거운 일이라는 건.
정리가 잘 안되지만, 많은 마음에 들지 않는 점에도 불구하고 일단 책을 펴면 열심히 읽게 되는 것만은 틀림없는 책인 것 같다.
다음에 후속편이 나오면 그 때 다시 한번 또 생각할 거리가 있었으면 좋겠고, 어쩌면 하루키는 그저 책쓰고 읽는 걸 단순한 유희로 생각하는 건 아닐까 한다. 그게 그의 철학이고, 뭔가 대단한-해변의 카프카를 쓰고 노벨상 후보에도 올랐다고 하지?- 문학적으로 의미깊은 그런 작품을 쓰고싶은 그런 쪽이 아니지 않을까도 싶다. 사람마다 추구하는 바는 다르니까..
암튼 이 사람 책은 읽으면 그냥 '아, 잘 읽었다'하고 끝나지 않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알 수 없는 여운이 분명히 강하게 남는다.
그리고, 약간 노골적인 묘사 같은 것 때문에 오래 전 '상실의 시대'를 읽었을 때와는 확실히 많은 시간을 살고 이제 노년을 바라보는 작가의 개인적인 인생도 묻어난다는 느낌이다. '상실의 시대'와 비슷한 연배의 젊은 남자주인공이 나오지만, 분명 그때는 그에게서 루키의 청춘이 보였고, 지금은 어느 정도 한걸음 물러난 상태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것같은 느낌이 나오고- 후카에리에 대한 너무 탐미적인 묘사는 흥미로웠지만 그다지 건전한 것은 아니었지 않나 싶다. 내가 여자라서 그럴지도..;;
마무리 하련다.
아무튼 난 클래식한 게 좋은 것 같다. 전형적인 소설이 제일 재밌고 그렇게 쓰는 작가가 가장 존경스럽다. 자신을 죽이고 이야기를 살리는 그런 작가.
하루키는 그렇지가 않다.
# by | 2009/11/07 13:10 | Book | 트랙백 | 덧글(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