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사람은 자라면서 얼마만큼 성장할까....
약간 말이 안되는 문장이긴 하다. 사람은 자라면서 얼마나 자랄까.. 아예 이렇게 적는 게 나을까?

어제는 11월 11일 페페로데이였다.
지난주에 가르치는 아이들 중 하나가 가르쳐줘서 겨우 인식이나마 하게 됐다. 아, 맞다. 11월 11일.
일단 요청이 들어왔기 때문에 지난주 일요일에 미리 마트에 가서 11일 한정- -;; 빼빼로를 애들 머릿수만큼 사다놨다. 만약에 남자친구가 있다해도 챙기지 않았을거다... 빼빼로데이라니. 그런 건 초등학생들이나 챙기는 기념일 아닐까나.
빼빼로데이 전날에 그룹과외를 하는 학생들 중 하나가 빼빼로데이는 누가 만들었냐고 해서 모르겠다고 하려다가 과자회사에서 만들었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선생님 초등학교 때도-국민학교!- 빼빼로데이가 있었어 라고 얘기했더니 빼빼로 라는 과자가 있긴 있었냐면서........;;; ㅋㅋㅋㅋㅋ 이녀석들이 내가 고2때 너희가 응애응애하고 태어났었다는 둥 평소에 나이 차이에 대해 얘기를 한번씩 해서 그런가 정말 나를 늙은이 취급한다..ㅋㅋㅋ
빼빼로라는 과자는 빼빼로데이를 챙겼던 고학년 쯤 때보다도 전부터 원래 있었다고 하니.. 헉... 그렇게 오래 된 과자냐고.. 그래 나 늙었다.. ㅋㅋㅋ

그래서 옛날 기억을 더듬어보니 6학년 때 한 남자애가 빼빼로를 들고 학교 복도를 돌아다니던 모습이 떠올랐다.
우리 반 친구였는데, 다른 반에 자기가 좋아하는 여학생한테 주려고 그랬던 기억도 남아있다.
다른 초등학교 때의 빼빼로데이 기억은 거의 없다. 그저, 아이라서 없는 돈에 빼빼로 몇개들씩 사서 포장을 뜯어 적당히 몇개씩 나눠서 포장지에 다시 싸서 리본을 묶고들 해서 서로서로 주고받았었다 이 정도 기억만..
유독 그 장면은 기억이 나는 건, 나는 그 애가 나를 좋아하는 걸로 알았었는데(?!) 그런 짓(!)을 해서 좀 호기심이 동해서 어떻게 하나 지켜봤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 그 애가 나한테도 줬는지 그런 건 잘 기억이 안 난다. 원래 빼빼로데이란 게 그냥 친구끼리 다 돌리는 그런 날이었어서 아마도 서로 주고, 받지 않았을까 싶다. 어려서도 나는 질투심이 강한 아이였다는 걸 알수 있다.

막상 어제 난 두개의 빼빼로를 받았는데-기대도 안했는데 의외로 사회성이 강한 아이들이 있었다- 사실 그 중에 한 아이 때문에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다.

수업을 하러 방에 들어가니 빨간색 빼빼로를 들고 있었다. 애가 완전 저학년이라 저 먹으려고 가지고 들어왔나보다 하고 앉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포장을 북 뜯어서 안에 있는 빨간색 비닐포장을 꺼내들었다. "친구들한테 빼빼로 많이 받았어?" 하니까 아무 말 없이 나한테 그걸 내미는거다.
"먹으세요." "어?"
"선생님 먹으세요." "아니, 쌤은 안 먹고 싶으니까 너 먹어~"
" 쌤 드시라니까요~?" "아니 먹어도 괜찮으니까 너 먹어라~"
"쌤꺼예요!" "아 그래?"
"네" "고맙다~ 집에 가서 먹어도 되지?"
"네~"

아.. 귀여워서 정말.. ㅋㅋㅋㅋㅋ
포장지를 북 하고 뜯어서 그렇게 자연스럽게 내밀 줄이야... 진짜 아이들은 순수해서 너무 귀엽다.
이 아이가 많이 자란 후에도 이렇게 꼭 똑같이 누군가에게 빼빼로를.. 선물을.. 건넬 것만 같아서 너무 귀여웠다.
정말 사람은 아무리 어려도 한명한명 모두 개성이 있고, 자기만의 사는 방식이 있다.
성장하면서 몸이나 머리가 많이 자라겠지만 마음이란 건 정말 그대로인 것도 같고. 어느 정도 다듬어는지겠지만.

아무튼 어린 아이들을 가르치다보면, 그 부모님이나 그 학교 선생님이 부러울 때가 한번씩 있다.
이런 애들을 매일 보면서 얼마나 재밌을까..
물론 키우기 어렵고, 가르치기 쉬운 게 아닌 건 알지만. 그래도 마이너스보다 플러스가 훨씬 많을 거 같다.

2001년생의 터프하고 귀여운 빼빼로가 어제 나를 웃게 했다.



by Hyeon | 2009/11/12 23:51 | Life | 트랙백 | 덧글(13)

HEARTBEAT




앨범 활동 외에도 '떴다 그녀', '와일드 바니' 등으로 엄청나게 올해 나를 '즐겁게 해줬던' 투피엠 새 뮤직비디오가 발표됐다.
꺅~~
근데 두달 전에 리더(통칭 리드자) 재범이 잠정적인 탈퇴를 하고 집으로 돌아간 상황이라 나머지 멤버 여섯명만 나온다.ㅠㅠ

뮤직비디오 보고, 앨범 다 들어보고 해보니까 이번에 지난 싱글 1집 십만십, 2집 어겐앤어겐, 니가 밉다 이상으로 인기를 얻을 것 같다.
앨범은 나중에 리뷰도 한번 포스팅하고 싶다. 마음에 드는 노래가 많다.

뮤직비디오가 굉장히 내 취향... 멋지다!
춤 잘 추는 애들이라 몇번을 봐도 안 질리는 듯...
대박이다. 박진영 또 흥하겠군~

by Hyeon | 2009/11/12 21:12 | Music | 트랙백 | 덧글(4)

<립스틱 정글>

립스틱 정글 2
캔디스 부쉬넬 지음, 서남희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최근에 읽은 책 중에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 중 하나다. 뉴욕에 사는 세 절친인 여자들의 이야기.
이 셋은 각각 영화사 사장 웬디, 미디어그룹 계열 잡지사 편집장 니코, 자신의 브랜드를 가진 패션 디자이너 빅토리다.
내가 읽은 소설 중에 가장 잘 나가는 여주인공들이 아닐까.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아마 꽤 팔린 걸로 아는데, 립스틱 정글을 훨씬 재밌게 봤다. 두배 이상 재미있다.
가벼운 속에서도 인생에 대한 꽤 심오한 이야기들이 녹아 있는 책이다. 저자인 캔디스 부쉬넬은 드라마로 유명한 섹스 앤 더 시티의 작가이다. 지금도 그녀는 캐리처럼 자유기고가로 활동중이라고 한다. 그녀의 내공이 확실히 만만치 않음을 느꼈다. 여자들의 심리를 굉장히 잘 그려내고 있다.

립스틱 정글 역시 NBC에서 드라마로 제작됐는데 국내에서도 방영했던 걸로 안다. 브룩 쉴즈가 극중에서 영화사 사장 웬디 역으로 나오고, 패션 디자이너 빅토리 역을 맡은 배우는 엄마가 한국인이시라고. 드라마는 1회를 봤는데 일단 1회로 봐선 책이 더 재밌는 것 같다. 한회만 보고 판단하긴 좀 그렇지만 1회만 봤을 땐.. ^^;; 하지만 이 이야기 자체가 소설 자체의 이야기 말고도 더 많은 이야기를 무궁무진 만들어낼 수 있는 이야기라서-섹스 앤 더 시티와 같이- 더 보게 된다면 충분히 새로운 드라마의 매력을 느낄 수도 있을 거 같다. 지금 시즌 2까지 나온 걸로 아는데 아마 아직 종영되진 않았을 거다. 앞으로 기회되면 한번씩 구해서 볼 생각.

세 주인공 모두 굉장히 직업적으로 성공한 여성들이지만, 각각 가정과 앞으로의 직업적인 성취 등으로 하루하루 편할 날이 없다. 하지만 열심히 닥친 상황들을 겁내지 않고 정신 똑바로 차리고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소설 속에서 피상적으로 묘사되고는 있지만.. 잘 나간다는 것, 그들의 일상생활, 직업적인 위험, 인맥의 중요성, 사랑까지 여러 면에 걸쳐 세 주인공을 통해 많을 것들을 보여주려고 노력한 게 느껴진다. 적당한 갈등, 위기도 있어서 술술 책장이 넘어간다. 다만 뭔가 뒤쪽에서 빵 하고 터트리는 이야기는 아니라 어떻게 보면 잔잔하게 결말이 이뤄져서 좀 심심한 감이 있다. 드라마가 뒷 마무리를 잘 해주겠지.....

재미있고 가벼운 책을 찾고 있다면 읽어봐도 좋다.

아..
책 제일 처음이 빅토리의 패션쇼 풍경으로 시작하는데 이 부분을 넘어가기가 책 전체에서 가장 어려웠다. 그 부분을 좀 더 가볍고 빠르게 지나가도 됐을텐데 첫부분이라 상당히 공을 들여 묘사를 해놓았다. 주인공 한명 한명의 등장이 순서대로 이뤄지고 중요한 장면이었지만, 굉장히 길게 느껴진다.

by Hyeon | 2009/11/10 01:34 | Book | 트랙백 | 덧글(5)

나이든다는 것

감동적인 며느리 - 이 정도는 되어야 효부인듯

아버지가 부쩍 많이 늙으셨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뭐하나 순조롭게 풀리지 않으셔서 항상 힘들게 살아오셨지만, 최근 한 5~6년 사이에는 여러가지로 아버지 개인적으로 안 좋은 일이 많으셔서 아버지 본인은 물론이고, 우리 가족도 많이 힘들었다. 가장 안 좋았던 시점은 지났지만, 지금도 역시 여러가지 후유증, 앙금, 그리고 긴장... 해결되지 않은 문제 등으로 썩 좋은 상황은 아니다. 특히 엄마가 정말 고생을 많이 하셨다. 지금은 해결되지 않은 일들 때문에 갈등상황이고.
아무튼, 아버지가 부쩍 늙으셨다. 애교가 없으신 우리 엄마는 그런 모습이 마음이 아픈 걸 잘 표현을 못하시고 도리어 화를 내신다. 엄마는 몸은 약하시지만 항상 절도있는 생활을 하시고 정신력이 강하셔서 오히려 많이 늙으신 편은 아니다. 특히 부지런함에 있어서는 딸인 나는 발톱만큼도 겨우 따라갈까 말까이다. 아버지는 어렸을 때부터 크게 고생을 하지 않고 살아오신 탓인지-상당히 유복하셨다고 알고 있다- 생활에 있어서 아등바등함이 전혀 없으신 성격이다. 이런 부분에 있어 내가 사는 평생 동안 두 분은 잘 맞지가 않아 여러가지로 힘들어하셨다. 아버지, 어머니가 서로 아끼고 사랑하고 애교를 부리시고 그런 모습이 가능하다는 걸 처음 알았을 때는 그런 부모님을 가진 친구들이 많이 부러웠다. 나이가 든 지금은 그 부모님들 자체가 부럽다. 그렇게 살고 싶다고 나도 생각하니까.

이야기가 약간 딴 데로 새고 있는데 아무튼 아버지가 걱정 때문인지 나이가 드셔서인지 살도 좀 빠지시고 부쩍 마음도 더 약해보이시고 해서 최근에 나도 마음이 약간 무거웠는데 이런 글을 보니까 또 눈물이 난다.
그렇다. 나도 나중에 결혼을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독신으로 살지는 몰라도 나는 결혼이 하고 싶다.
그리고 그 집안이 부유할 수도 있고, 가난할 수도 있다.
시부모님이 힘드시다면, 나와 나의 짝이 될 사람이 잘 모셔야 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 나는, 우리 부모님조차도 잘 못 모시고 있다.
여전히 조금이나마 버는 돈은 나 쓰는 데도 모자란다. 그나마 면목이라도 서게 한달에 얼마간씩 공과금이나 좀 보태는 정도지, 용돈도 제대로 못 챙겨드린다. 집안에 무슨 일이 있다거나 엄마,아빠의 생신 이런 날이라도 좀 여유롭게 해드리고 싶은데 마음만 그렇지 그렇게 해드리지 못한다. 엄마같은 경우 특히 격식같은 걸 상당히 차리는 극도로 보수적인 성격이셔서 어렸을 때부터 기념일 같은 건 할 수 있는 한 챙기자 라고 생각하고 살아왔지만 설마 서른이 된 지금도 겨우 그런 날들만 챙기고 이럴 줄은 몰랐다.
자학하자는 건 아니고, 일단 지금 현실이 그렇다는 거다.

아무튼, 이 글을 읽어보니 이야기 속 아버님과 아들의 마음이 어떨지 생각하며 눈물이 났고 느끼는 바가 있다.
부모님 호강은 못 시켜드려도 최소한 힘들게 해드리진 않아야 하지 않을까. 자식 된 도리이자 의무인 것 같다.
열심히 살아야지. ㅠㅠ

by Hyeon | 2009/11/09 04:32 | Life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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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사이에 조금의 벽도 없는 순간이 너무 좋고 나에게 그런 느낌으로 항상 다가오는 사람이 생긴다면 이성이라면 그사람과 결혼하고 싶고 동성이라면 평생의 친구가 되고 싶다.


폰메모리 정리하다보니 이런 메모가 남겨져있네.. 2009. 8. 9.

by Hyeon | 2009/11/09 00:35 | Chat alone | 트랙백 | 덧글(1)

<1Q84> - 스포일러 있음

1Q84 2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좀 전에 이 책을 다 읽었다. 그저께 밤부터 1권을 읽기 시작해서 오늘 오전까지 2권을 읽어냈으니 꽤 많은 에너지를 쏟아 부었는데..
마지막 장을 덮고 도대체 이게 뭐지 싶어서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 싶어 검색을 두드려 봤지만 역시 뭐 별반 나랑 다를 게 없다.
다만, 3권을 쓰고 있다는 정보를 얻을 수 있었고, 그 블로거에 따르면 내년 가을쯤엔 우리나라에서 번역된 책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예상하고 있다고.. 그렇게 빨리 쓸 수 있다니.. 좀 의아하지만...

일단 이 소설은 미스테리가 있었기 때문에 손에서 놓지 못하고 계속해서 끝까지 읽어나가게 되는데 그 요소 자체에 대해 결국 2권으로 끝내 버렸다면 아예 무시를 한 셈이 된다. 여러가지 점에서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지 않고 끝나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왜 아오마메가 마지막 그녀의 챕터에서 그런 선택을 해야만 하는지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 글은 1인칭 시점인데 아오마메의 생각이 그대로 나타났던 점을 보면, 그게 그녀의 어떤 실험같은 거라고 하기도 힘든데... 갑자기 왜 그런 쪽으로 전개가 되는지. 기껏 그렇게 오랫동안 좋아했던 사람을 현실에서 보게 됐던 그 시점에 그런 선택을 하게 되는게 가능할까? 하긴 그녀가 사는 방식 자체가 나로써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 방식이긴 하지만... 너무 특이한 캐릭터다.

그리고 후카에리의 역할은 그 정도로 끝나는 것?? 그것도 이상하다. 뭔가 설명이 있어줘야지..
책 속에 몇번이나 나왔듯이 '설명을 들어야만 알 수 있는 것이라면, 설명을 듣는다고 알 수 있을 리 없다.' 이거?

뭔가 거창하게 '퍼시버'니 '리시버'니 '마더'니 '도터'니 하더니..
'공기 번데기', '리틀 피플'.. 모든 그 새로운 개념들이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두개의 달로 상징되는 또다른 세상의 이야기인 것까지는 알겠는데.. 너무 여러 이야기가 뒤죽박죽인데 마무리가 이상하다.
내가 생각하기엔 이 이야기의 완성도를 위해선 어쨌든 후속권이 필요하긴 한데, 또 어떻게 생각해보면 3권이든, 4권이든 나온다고 해도 어쩌면 만족할만한 결말을 얻을 수는 없을 것 같다. 하루키의 작품을 모두 읽은 건 아니지만, 네다섯 작품 정도 읽었고, 그의 소설은 항상 뭔가 이런 것 같다. 결국 나랑 맞지 않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계속 관심이 가고 어느 정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것은.. 그의 글이 진짜 독특하기 때문이다. 다른 소설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그런 느낌이 분명 있다.
보통 소설은, 어떤 새로운 국면의 세계를 알맞은 지점에서부터 또 알맞은 지점까지 끊어 이야기를 만들어 보여주는 식인데..
그의 소설은 그냥... 그의 머리 속에 있는 여러가지 잘 섞이지 않을 거 같은 관념들을 그럴 듯하게 인물이나 사건 등으로 만들어서, 그 이야기들을 그래도 술술 어떻게든 엮어내는 것 같고, 소설 안에서는 정확도를 자랑하며 섬세하게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지만, 결국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머리 속에 뭔가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로 남는 게 없다. 그래서 항상 허무함이나 쓸쓸함 뭐 이런 느낌을 주는 걸까..
말로 설명하기가 너무 어렵지만, 이 사람의 글은 상당히 깊이가 있고 치밀한데, 거기서 눈을 떼서 환기하고 나면 결국 내가 뭘 읽은 거지 싶은..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건지 답이 나오지 않는 그런 글이다. 개인적으로 내가 책을 읽는 데에서 추구하는 것들이 너무나도 충족되기 힘든 스타일. 그래도 또 뭔가 새 작품이 나오면 호기심이 생기는 건 무라카미 하루키가 정말 글을 잘 쓰기 때문이다. 책을 잘 쓴다기보다는, 정말 글을 잘 쓴다.
그리고 어떤 한 문장도 그답지 않은 문장이 없다고 해야하나.. 평범하게 묘사하는 배경 하나하나조차도, 쉽게 지나칠 수 없는 그만의 치열함이 살아있다. 그리고 이번에 글을 쓰는 남자주인공 겐고를 통해서 언뜻 보이듯이.. 정말이지 글쓰는 걸 사랑하는 것 같다. 거의 모든 소설가가 그렇겠지만.. 대단한 일이다. 글을 만들어내는 게 그렇게 즐거운 일이라는 건.

정리가 잘 안되지만, 여러가지 마음에 들지 않는 점에도 불구하고 일단 책을 펴면 열심히 빠져 읽게 되는 것만은 틀림없는 책인 것 같다.
다음에 3권이 나오면 그 때 다시 한번 또 생각할 거리가 있었으면 좋겠다. 어쩌면 하루키는 그저 책쓰고 읽는 걸 단순한 유희로 생각하는 건 아닐까 한다. 그게 그의 철학이고, 뭔가 대단한-해변의 카프카를 쓰고 노벨상 후보에도 올랐다고 하지?- 문학적으로 의미깊은 그런 작품을 쓰고싶은 그런 쪽은 아니지 않을까도 싶다. 사람마다 추구하는 바는 다르니까..
암튼 이 사람 책은 읽으면 그냥 '아, 잘 읽었다'하고 끝나지 않는다. 알 수 없는 여운이 분명히 강하게 남는다.
그리고, 약간 노골적인 묘사 같은 것 때문에 오래 전 '상실의 시대'를 썼을 때와 비교해 확실히 많은 시간을 살고 이제 노년을 바라보는 작가의 개인적인 인생도 묻어난다는 느낌이다-건조하지만 노골적인 묘사들. '상실의 시대'와 비슷한 연배의 젊은 남자주인공이 나오지만, 분명 그때는 그에게서 하루키의 청춘이 보였고, 지금은 어느 정도 한걸음 물러난 상태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것같은 느낌이 나온다. 특히 후카에리에 대한 탐미적인 묘사는 흥미로웠지만 그다지 건전한 것은 아니었지 않나 싶다. 내가 여자라서 그럴지도..;;

마무리 하련다.
아무튼 난 클래식한 게 좋다. 전형적인 소설이 제일 재밌고 그렇게 쓰는 작가가 가장 존경스럽다. 자신을 죽이고 이야기를 살리는 그런 작가.
하루키는 그렇지가 않다.


덧. 1Q84는 두세번쯤 더 읽어봐도 뭔가 새롭게 생각할 거리들을 주는 책일 것 같다. 책 속에 있었던 여러 부분의 구절들이 머리 속에 둥둥 떠다니고 있고 물음표를 만들어낸다.
가벼운 책은 결코 아니지만, 솔직히 광고에 소개된 일본 내에서의 몇몇 서평은 과장된 면이 많은 것 같다.

by Hyeon | 2009/11/07 13:10 | Book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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